내가 스물 둘이었던가. 한 후배님이랑 말도 안되는 약속(?)을 한 적이 있었더랬다. 내 나이 서른이 되어서 둘 다 정혼자가 없으면 서로 결혼하면 되겠다고 말이다. 지금 나는 서른 둘이다. 결혼은 안했다. 그 후배님도 아직 미혼이시고 애인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어쨌든 진지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지나가는 우스갯 이야기였고(사실 그 후배님은 이런 내용을 까마득히 잊고 있을지도) 현재 서로 마음이 없는 것 같으니 우리는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다. 유효기간이 훨씬 지나버렸으므로 강제 효력은 없다.
작년, 그러니까 서른 한 살 겨울에 문득 동갑내기 한 친구님께서 우리가 서른 넷이 되어서도 제 짝을 못 만났을 경우 결혼을 하잔다. 물론 서른 넷이 되기 전까지 각자 배우자 찾기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싱글로 남아있다면 하고 말이다. 글쎄, 이 친구님은 서른 넷에 결혼 생각이 있을까? 아마 없지 싶다. 일 욕심이 많아서 좀 더 노총각 딱지를 달게 되지 않을까.. 후훗~ 아직 2년이 남은 셈이니 벌써부터 생각할 필요는 없겠다.
오늘, 10년을 알고 지낸 친한 선배님과의 대화 중에 뜬금없이 귀농을 권하신다. 내 나이 서른 다섯에 가정을 꾸리지 않았다면 지리산자락 밑 섬진강 터에 자리를 잡잔다. 대도시에서 갑갑하게 살아야 되는 이유를 모르겠거니와 자식 새끼 낳아 기르기도 두렵단다. 흉흉한 민심에 높은 물가에 제대로 질리셨나보다. 하지만 사실 그 보다 더 큰 이유는 이 양반도 나처럼 지리산을 좋아하기 때문일 터. 그리고 가치관과 문화적 성향이 나의 그것과는 매우 가깝다. 아니 싸부님으로 모셔야 할 부분이 참 많다. 여하튼 내가 언제 다른 인연을 만나 결혼을 할 지도 모르고 또 서른 넷 되는 해의 친구님과의 거래 성사여부가 영향을 미치므로 역시 벌써 부터 생각은 안 해도 되겠다.(말 그대로 농사짓기 동업을 하자는 의미였는지 알쏭달쏭하긴 하다. -_-;)
그런데 당장 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 당장 할 생각도 없으면서 모두들 왜 미리 보장을 해 놓을려고 하는 것일까. 더군다나 중간에 다른 사람의 등장과 관계를 우선 조건으로 하면서까지 말이다.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더 이해 할 수 없는 것은 정작 나도 아무렇지도 않게 "그래, 그러자."라고 대답을 했다는 것이다. 결혼은 편한 사람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된다는 평소 지론을 아무렇지도 않게 뒤집으면서 말이다.
이런 제안들에 내가 쉽게 대답했던 것은 혼자 남을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저들 역시 이러한 이유일까?
에라이~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싯구도 있지 않으냐.
그리고, 혼자이면 뭐 어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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