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휴일

어떤 날 2008/07/14 14:30
   일요일에 외출 없이 집에 있을라 치면 늦잠에서 깨어나 대충 끼니를 떼우고, TV를 보고, 책을 읽고, 그래도 심심하면 에라 모르겠다 침대에 점프를 해서 다시 드러눕는다.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다 머리맡에 있는 수동 오르골을 더듬거려 배 위에 올려놓고 30초도 채 안되는 그 음율을 몇 번이고 따라 흥얼거린다. 그러다 이내 머리맡에 다시 던져버리고, 급기야 바닥으로 엎어져 돌아누운 다음 무릎을 폈다 구부렸다 물장구질 같은 헛발질을 허공에다 해댄다. 의미도 없이.

   이러다 지쳐(?) 스르르 잠이 들고야 마는데 깨어보면 베갯닢에 맑은 침이 두어방울 떨어져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두시간 그러고 있었으니 목도 아프거니와 갈증도 일어 부스스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고 찬물을 한 잔 들이킨다. 재수 좋게 얼마 전 요리하고 남은 반찬거리라도 눈에 띄면 그 걸 지지고 볶아 세상에 둘 도 없는 엉터리 간식거리를 만들어 야무지게 '촙촙'거리며 잘도 먹는다.

   그러다 청소 하기는 귀찮고 빨래는 해야되니 대충 세탁기에 둘둘 말아넣고 돌아서는데 창문 너머로 앞집 옆집들이 보인다. 여기저기 얽혀 있는 거미줄 같은 전깃줄을 보며 '참 빽빽히도 붙어있구나. 삶이란...그래, 남들도 모두 나랑 똑같겠지..'하고 내심 개똥철학을 펼치다가 무심코 올려다 본 하늘이 마침 쨍하고 푸릇푸릇하여 낼로 밖으로 나오길 유혹하지만 '나가봐야 고생이지. 날도 더운데...쩝' 하고 입맛을 다시며 휭하니 다시 방으로 돌아온다.

   이러다 보면 오후 되고 또 TV보고, 빨래 널고, 커피 마시고, 책 몇 장 넘기고, 오르골 몇 번 돌리고, 다 저녁에 츄리닝 차림으로 집앞 편의점에서 맥주 두어캔 사들고 와 시원하게 들이키고 잠을 청한다. 하지만, 이런 휴일 밤에는 어째 일찍 잠을 청해도 쉬이 들지를 않는다. 월요일 출근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인지 늦잠과 낮잠에 대한 예의인지 그것도 아니면 한낮에 둘러마신 커피의 위력(?) 때문인지 깊은 밤 내내 뒤척이다 새벽 3~4시에 마지막 시계를 본 기억을 갖고 꿈나라로 떠난다. 오늘은 꿈나라에서라도 신나는 일이 일어났으면!
 





노래를 찾는 사람들 -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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