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마시다가 만년필로 쓴 메모 위에 실수로 물을 몇 방울 떨어뜨리고 말았다.
글씨들이 금세 번졌다.
얼룩져 가는 모습이 수채화처럼 예뻐 보여서 닦지도 않고 내버려두었다.
아차, 중요한 내용이었는데!
휴지로 꾹꾹 눌러 물기를 걷어내었다.
메모지가 누렇게 변했다.
글씨는 다 지워져 겨우 알아볼 정도로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 일부 쓸 데 없는 생각들도 이처럼 지워졌으면 좋겠다.
아주 깡그리 지워지면 서운할 테니 약간의 흔적만 남도록.
----------- 소주 일 잔 해야되나... 아마 술 마시는 동안의 내용만 지워질 듯. 희미한 주사만 남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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