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차

어떤 날 2008/11/21 01:38

아직 푸른빛이 돌던 모과를 사서 집에 향이나 머금게 할까 싶어 며칠을 두었는데 달콤한 향기는 커녕 좀처럼 노랗게 예뻐지지가 않았다. 하루이틀 시간만 지나다 멍이라도 들면 그마저도 차로 못 담그겠다 싶어 부랴부랴 황설탕에 재웠다. 며칠이 지나 숙성은 잘 되고있나 맛을 봤더니 다행스럽게도 그럭저럭 모과차 생색은 내어 마음이 놓였다. 예년보다 양은 넉넉하게 담았는데 모양새나 맛이 조금 부족한 듯하여 아쉽기는 하다.

어쨌든 약간의 부족한 기운을 갖고 멀리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택배로 보냈다. 선물할 만큼의 값어치는 아니 되겠지만 받는 이들이 감기 없이 따뜻한 겨울을 보냈으면 하는 내 마음은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양도 안 예쁘고 그 맛도 훌륭하다 할 수는 없으나 차 한 잔을 마시는 동안 근심은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푸근해지길 바란다. 하핫, 그러고보니 모과 몇 덩이에 너무 많은 임무를 부여했구나 싶어 부끄럽다.

"고맙다." "잘 먹겠다." "내년에도 부탁해~~" 이런 말을 들으니 사실 기분이 좋다.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하고 말이다.

재미난 건 지인들에게 택배를 보낼 때 담은 그릇들의 모양이다. 플라스틱병, 유리병, 목이 긴 병, 둥글넙대대한 그릇, 빨간 뚜껑, 파란 뚜껑, 검은 뚜껑... 각기 모양은 틀려도 한가지 내용물과 마음이 담기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마음 같아서는 다 먹고나면 그릇들 다시 잘 챙겨다오 하고 싶지만 매년 이맘 때를 위해 평소 아기자기하고 예쁜 그릇들을 모아두는 재미도 솔솔할 것 같다.


이번 겨울은 모과차처럼 새콤달콤한 일들로 가득했으면 참 좋겠다.





2008/11/21 01:38 2008/11/21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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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바나나 2008/11/21 10:2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올해도 저에겐 모과차를 안 주남유? 그럴줄 알고!! 어무이한테 부탁했심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