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등 뒤로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들려온다. 점차 가까워지더니 이젠 내용마저 알아듣겠다.
"아~~~아앙~~ 아빠~~~"
"글쎄, 안 된다니까."
살짝 뒤를 돌아보니 초등1년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아빠 바지를 부여잡고 족히 90도로는 되어 보이게 목을 뒤로 젖혀 아빠와 눈을 맞추며 매달린다. 눈물이 그렁한 것이 혼신을 다해 아빠를 설득하는 중인 듯하다. 실은 떼를 쓰는 게 맞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아빠는 일부러 호주머니에 손을 꽁꽁 감추고 또 일부러 잰 걸음으로 뛰기 시작한다. 그러자 딸 아이는 결국 자기 입으로 비장의 카드까지 내어 보이며 애절함과 서러움의 강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아이구야, 아빠 추리닝 벗겨질라...
"이제 말 잘 들을게요~ 컴퓨터도 조금만 하고... 응? 응? 아빠아~~~"
"아니 이 놈이 왜 이래, 쫀드기 같이~~~ 허허~ 알았다. 알았어."
"우아, 신난다~~"
핫!
쫀드기라니.
샛길로 멀어지는 부녀간의 웃음 소리를 뒤로하고 혼잣말로 '쫀드기'라는 말을 되새기며 내가 웃는다. 더이상 밤 공기가 차지 않다. 봄의 기운 때문일까, 쫀드기 때문일까.
-2009. 03. 봄이 시작될동말동하던 그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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